월급에 넣어 `미리 주는 퇴직금`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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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대법원 `근로관계 끝나면 다시 줘야`
퇴직금을 근로자의 월급에 포함시켜 미리 지급하는 약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 관계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급된 돈은 퇴직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평소 월급에 퇴직금이 포함돼 있었다는 이유로 퇴직 의사 이모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된 A병원 대표 윤모(52.여)씨에게 "퇴직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은 무죄를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전북 전주시 A병원 대표인 윤씨는 2002년 3월 이씨를 병원 가정의학과장으로 채용했다. 이씨는 3년여간 일하다가 2005년 10월 퇴직하면서 퇴직금 1400여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윤씨는 "월급에 퇴직금이 포함돼 있었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병원의 월급여 장부에 적힌 월급보다 실제 지급된 돈이 월 100여만원이 더 많다는 증거도 제시했다. 이씨는 윤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1,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 법원은 윤씨에게 유죄를 인정,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월급에 퇴직금이 포함됐다는 양자 합의가 있었다고 보이므로 고의로 퇴직금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윤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설사 양자 간에 퇴직금을 월급에 포함시키자는 약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퇴직할 때 생기는 퇴직금 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이므로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윤씨의 병원이 관행상 그런 연봉제를 운영했다고 해서 이씨의 퇴직금 지급 요구를 거절할 상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홍보심의관 배현태 판사는 "퇴직금 중간 정산은 명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퇴직금을 사전에 지급한 것으로 인정받으려면 ▶연봉액에 포함될 퇴직금 액수가 명확히 정해져 있고 ▶중간 정산을 받고자 하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어야 하며 ▶근로자가 미리 지급받은 퇴직금이 평균 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퇴직금 액수에 미달하지 않아야 하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