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범 등의 문제로 `로얄층'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1층 분양을 촉진하려고 마치 입주자에게 전용 정원을 주는 것처럼 광고해 판매해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잇따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7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박모씨 등 경기도 화성시 반달푸르지오 아파트 1층 주민 33명은 베란다 앞에 전용 정원을 준다는 시행ㆍ시공사의 말을 믿고 2층보다 비싼 기준층 가격으로 집을 분양받았다.
분양 전 견본주택 1층 베란다 앞에는 별도 문으로 통하는 정원이 설치돼 있었는데 밖에서는 1층 내부를 보지 못할 정도로 키 큰 나무가 빽빽이 심어져 있었고 잔디가 깔린 정원에는 야외용 테이블과 의자가 보기 좋게 놓여 있었다.
시행사가 박씨 등에게 준 설계도에는 1층 정원이 `전용정원'으로 표시돼 있었으며 분양 카탈로그에는 "1층 세대 전면에 정원공간을 설치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한적한 전원주택 마당 같은 호젓함을 선사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전용 정원을 준다는 약속은 막상 입주가 시작된 2007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박씨 등은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 등 4억5천3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0부(최종한 부장판사)는 박씨 등이 시공사 대우건설과 시행사 2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설계도는 시공사가 시공법을 정한 것에 불과해 `전용정원'이라고 적혔다고 해 원고들에게 사용권이 주어졌다는 근거로 보기 어렵고 분양계약서에 전용정원에 관한 내용이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오히려 입주자모집 공고에는 `1층 정원은 공유면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음'이라고 명확히 적혀 있고 광고 내용은 청약의 유인에 불과해 계약 내용이 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청주지법도 지난 2월 윤모(40)씨 등 청주시 흥덕구 모 아파트 주민 28명이 1인당 700여만∼2천여만원씩 돌려달라며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아파트분양계약 체결 당시 피고들이 '정원을 1층 입주자들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윤씨 등은 아파트 입주 후 얼마간 베란다 앞 정원을 전용공간처럼 사용했으나 다른 층 입주자들의 반대로 독점 사용이 어렵게 되자 "시행사로부터 1층 앞 정원을 독점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기준층과 같은 분양가를 내고 입주했다"며 분양가의 8%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원 판례의 형식에 얽매여 계약서에 전용정원 조건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논리로 주민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판결이 나온 것 같다"며 "시행사나 시공사의 과장 광고에는 어느 정도 배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